의오역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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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5 윤회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은 지 며칠 후, 나는 혼자 「가고 싶은 장소」 로 향했다.
거대한 이웃 나라의, 고요한 산간 마을에 있는, 수령이 수천 년이라고 하는 오래된 나무의 곁으로.
방문한 마을은 한가로웠고, 들판에서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보기 드문 여행자를 발견하자 하나둘씩 다가왔다.
그리고 왜 이런 곳에 JPN 사람이 있느냐고 흥미진진하게 떠들어댔는데, 내가 현지 말을 했더니, 뭐야 동향 사람 인가 하며 이상해했다.
이 나라의 풍경은 내가 평소에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르지만, 구름을 뚫는 높은 산들도, 그 사이에 몸을 맞댄 작은 토벽집들도, 돌고 도는 삶 속에서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 친숙한 것이었다.
산기슭을 따라 만들어진 돌계단을 오르면, 오래된 나무들이 가까워진다.
그 산기슭에는 석조 가옥이 있었고, 현관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문지기다.
예전의 내가 고용해, 내가 명해, 내가 지키도록 전한 일족의 후예.
지금 시대의, 내 기억의 수호자.
" ....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그 한마디를 한다.
남자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는, 그 후 고개를 깊이 숙였다.
" 당신께서 깨어나기를, 가문 대대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남자는 그것만을 말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전회(前回)」에도 왔던 그 장소에 향하기 위해, 남자를 따라간다.
창문이 없고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가 불을 켰다.
눅눅한 종이와 먹물 냄새가, 실내에 가득하다.
벽을 가득 메운 것은, 수백, 수천 개의 두루마리였다.
그 하나를 천천히 집어서, 연다.
본 기억이 있는, 자신의 필적으로, 알고 있는 이름이 죽 늘어서 있다.
" 시샤... "
바로 최근에 생각해 낸, 여동생의 이름도, 실려 있었다.
윤회의 유전(流転) 속에서, 두 번 다시 시간이 교차하는 일은 없는, 예전의 내 여동생의 이름이었다.
추모하듯, 그 이름을 어루만진다.
안아 올렸을 때의 피의 뜨거움을, 나는 결코 잊지 않는다.
" 가장 오래된 것은, 언제가 되지 "
남자에게 물으면, " 열화가 심해서, 옮겨 쓰고는 있습니다만, 지금은 판독 불가능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 라고 대답이 돌아온다.
" 그런가... "
방대한 시간의 흐름의 모든 것을, 이 하나의 방에 담으려는 것은, 자신의 오만이었을까?
반복되는 윤회전생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도와주고, 받쳐준, 모든 이들의 이름을, 어느 시대, 어느 생이든 적어왔다.
나 때문에 키바에게 죽임을 당하고, 무참히 흩어진 목숨에 대한, 공양과 회한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잠시동안, 방대한 수의 두루마리를 바라보았다.
이것들은 나에게 관련된 사람들의 기록인 동시에, 키바와 서로 죽였던 인생의 수 이기도 하다.
여러 세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는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살고 있다.
왜 이 윤회가 일어나는지, 왜 이 인과가 풀리지 않는지, 처음에는 해결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동포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켜내고, 키바를 죽인다.
지금은 단지, 눈앞의 생명을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나의 전부다.
" ... 지금까지의 충의에 감사한다. 또, 다음의 내가 올 때까지, 부탁한다. "
그러자,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는 듯했다.
나는 자신의 머리 한구석에, 아주 약간 남아있던 샤오야의 모습을, 이때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그 녀석과 보낸 그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거짓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
" 이건... "
그날, HAMA 투어즈 기숙사의 내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두루마리가 하나, 나왔다.
그것은 전생의 기억을 막 떠올렸을 무렵, 이웃 나라의 산골 마을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 ... 그러고 보니, 아직 쓰고 있는 도중이었군 "
그 무렵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해, 이번 생에서의 동포의 이름의 대부분을, 이미 두루마리에 써넣고 있다.
누군가 한 사람, 소중한 상대가 늘어날 때마다, 나는 여기에 추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계속, 키바의 동향을 쫓고 있다.
10년 이상 얼굴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가지고 나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느끼고 있다.
언젠가, 결착의 날이 오겠지.
가족이나 부하, 가까운 자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아직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여백을, 살짝 손가락으로 훑는다.
── 이번 생에는, 여기에 더 이상, 누구의 이름이 남을까.
어쩌면, 언젠가는 지금, 같은 기숙사에 사는 인간의 이름도, 쓰게 되는 것일까.
가능하면 그것은 피하고 싶은 자신이 있는 것을, 나는 자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두루마리를 닫고, 문을 열면 바보가 ──
가짜 니시조노 렌가가, 상자를 안고 서 있었다.
" 이거, 도착했다, 고! 토끼의 먹이... "
" 그런가 "
의기양양하게 말해오는 녀석으로부터, 얼른 상자를 빼앗아 안에 두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렌가는 그것을 막고 " 기, 기다려 기다려 " 라며 문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 자, 잠깐 얘기 좀 하지 않을래! 그! 나랑 너는 코니무케이션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 얘기 안 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다 "
조금 힘을 주어 문을 닫자, 렌가는 간단히 밀려났다.
귀찮아서 문을 잠갔다. 문 너머에서 " 어이, 모처럼 나 님이! 뭐냐고! " 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한동안 " 정말로 열지 않을 생각이냐? " " 리광! 대답해! " 라고 떠들어대던
렌가도, 이윽고는 포기하고 " 그럼... 저녁때 말해줄게, 알았지! " 라고 멋대로 말하고 떠났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았다.
창문에서는 석양이 비쳐, 방안을 물들이고 있다.
그것은 키바의 머리와 비슷한 색이었다.
키바가 렌가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왜 이 세상에, 키바를 쏙 빼닮은 얼굴을 한 남자가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도.
── 어쩌면 운 좋게, 내가 죽이게끔 하려고 했던 건가?
...설마. 내가 키바를 못 알아볼 리 없다.
" 그렇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함정이나... 혹은 단순하게, 니시조노가를 빠져나가기 위해 제물로 삼았을 뿐인가... "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어느 생에서도, 키바가 누군가와 뒤바뀐 적은 없었다.
이번 생에는, 뭔가 바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인연이 매듭지어져, 어처구니없는 윤회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면.
이 생이야말로, 한 사람도 죽게 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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