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오역 주의
개인적으로 보려고 정리해 둔 거라 틀린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Track5 윤회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은 지 며칠 후, 나는 혼자 「가고 싶은 장소」 로 향했다.


거대한 이웃 나라의, 고요한 산간 마을에 있는, 수령이 수천 년이라고 하는 오래된 나무의 곁으로.


방문한 마을은 한가로웠고, 들판에서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보기 드문 여행자를 발견하자 하나둘씩 다가왔다.


그리고 왜 이런 곳에 JPN 사람이 있느냐고 흥미진진하게 떠들어댔는데, 내가 현지 말을 했더니, 뭐야 동향 사람 인가 하며 이상해했다.


이 나라의 풍경은 내가 평소에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르지만, 구름을 뚫는 높은 산들도, 그 사이에 몸을 맞댄 작은 토벽집들도, 돌고 도는 삶 속에서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 친숙한 것이었다.


산기슭을 따라 만들어진 돌계단을 오르면, 오래된 나무들이 가까워진다.
그 산기슭에는 석조 가옥이 있었고, 현관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문지기다.
예전의 내가 고용해, 내가 명해, 내가 지키도록 전한 일족의 후예.
지금 시대의, 내 기억의 수호자.

 

" .... 朋友来生好 (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이 있기를) "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그 한마디를 한다. 


남자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는, 그 후 고개를 깊이 숙였다. 


" 당신께서 깨어나기를, 가문 대대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남자는 그것만을 말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전회(前回)」에도 왔던 그 장소에 향하기 위해, 남자를 따라간다.


창문이 없고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가 불을 켰다.
눅눅한 종이와 먹물 냄새가, 실내에 가득하다.


벽을 가득 메운 것은, 수백, 수천 개의 두루마리였다.
그 하나를 천천히 집어서, 연다.


본 기억이 있는, 자신의 필적으로, 알고 있는 이름이 죽 늘어서 있다.


" 시샤... "


바로 최근에 생각해 낸, 여동생의 이름도, 실려 있었다.
윤회의 유전(流転) 속에서, 두 번 다시 시간이 교차하는 일은 없는, 예전의 내 여동생의 이름이었다.


추모하듯, 그 이름을 어루만진다.
안아 올렸을 때의 피의 뜨거움을, 나는 결코 잊지 않는다.


" 가장 오래된 것은, 언제가 되지 "


남자에게 물으면, " 열화가 심해서, 옮겨 쓰고는 있습니다만, 지금은 판독 불가능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 라고 대답이 돌아온다.


" 그런가... "


방대한 시간의 흐름의 모든 것을, 이 하나의 방에 담으려는 것은, 자신의 오만이었을까?


반복되는 윤회전생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도와주고, 받쳐준, 모든 이들의 이름을, 어느 시대, 어느 생이든 적어왔다.


나 때문에 키바에게 죽임을 당하고, 무참히 흩어진 목숨에 대한, 공양과 회한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잠시동안, 방대한 수의 두루마리를 바라보았다.
이것들은 나에게 관련된 사람들의 기록인 동시에, 키바와 서로 죽였던 인생의 수 이기도 하다.


여러 세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는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살고 있다.


왜 이 윤회가 일어나는지, 왜 이 인과가 풀리지 않는지, 처음에는 해결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동포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켜내고, 키바를 죽인다.
지금은 단지, 눈앞의 생명을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나의 전부다.


" ... 지금까지의 충의에 감사한다. 또, 다음의 내가 올 때까지, 부탁한다. "
그러자,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는 듯했다.


나는 자신의 머리 한구석에, 아주 약간 남아있던 샤오야의 모습을, 이때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그 녀석과 보낸 그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거짓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


" 이건... "


그날, HAMA 투어즈 기숙사의 내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두루마리가 하나, 나왔다.

그것은 전생의 기억을 막 떠올렸을 무렵, 이웃 나라의 산골 마을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 ... 그러고 보니, 아직 쓰고 있는 도중이었군 "


그 무렵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해, 이번 생에서의 동포의 이름의 대부분을, 이미 두루마리에 써넣고 있다.
누군가 한 사람, 소중한 상대가 늘어날 때마다, 나는 여기에 추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계속, 키바의 동향을 쫓고 있다.
10년 이상 얼굴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가지고 나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느끼고 있다.


언젠가, 결착의 날이 오겠지.


가족이나 부하, 가까운 자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아직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여백을, 살짝 손가락으로 훑는다.


── 이번 생에는, 여기에 더 이상, 누구의 이름이 남을까.


어쩌면, 언젠가는 지금, 같은 기숙사에 사는 인간의 이름도, 쓰게 되는 것일까.


가능하면 그것은 피하고 싶은 자신이 있는 것을, 나는 자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두루마리를 닫고, 문을 열면 바보가 ──
가짜 니시조노 렌가가, 상자를 안고 서 있었다.


" 이거, 도착했다, 고! 토끼의 먹이... "


" 그런가 "


의기양양하게 말해오는 녀석으로부터, 얼른 상자를 빼앗아 안에 두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렌가는 그것을 막고 " 기, 기다려 기다려 " 라며 문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 자, 잠깐 얘기 좀 하지 않을래! 그! 나랑 너는 코니무케이션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 얘기 안 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다 "


조금 힘을 주어 문을 닫자, 렌가는 간단히 밀려났다.
귀찮아서 문을 잠갔다. 문 너머에서 " 어이, 모처럼 나 님이! 뭐냐고! " 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한동안 " 정말로 열지 않을 생각이냐? " " 리광! 대답해! " 라고 떠들어대던
렌가도, 이윽고는 포기하고 " 그럼... 저녁때 말해줄게, 알았지! " 라고 멋대로 말하고 떠났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았다.


창문에서는 석양이 비쳐, 방안을 물들이고 있다.


그것은 키바의 머리와 비슷한 색이었다.


키바가 렌가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왜 이 세상에, 키바를 쏙 빼닮은 얼굴을 한 남자가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도.


── 어쩌면 운 좋게, 내가 죽이게끔 하려고 했던 건가?

...설마. 내가 키바를 못 알아볼 리 없다.


" 그렇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함정이나... 혹은 단순하게, 니시조노가를 빠져나가기 위해 제물로 삼았을 뿐인가... "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어느 생에서도, 키바가 누군가와 뒤바뀐 적은 없었다.


이번 생에는, 뭔가 바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인연이 매듭지어져, 어처구니없는 윤회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면.


이 생이야말로, 한 사람도 죽게 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의오역 주의
개인적으로 보려고 정리해 둔 거라 틀린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Track4 해후

* 해후 : 약속이나 기약 없이 우연히 만남


10월, 나의 생일은 매년 호텔의 중규모 홀을 전부 빌려 행해진다.

생일파티라고 해도 루론 일가 구성원들에게는, 보스인 어머니와 보좌역 아버지에게 인사하는 것이 메인이벤트이고,
우리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과 정치인들에게는 인맥 쌓기의 장일 뿐이다.

즉 주역은, 사실 나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름답게 차려입고, 아버지를 등 뒤에 세우고 홀의 상석에 앉아 있고, 차례차례 말을 걸어 오는 어른을 상대하고 있다.
평소에는 부드러운 어머니지만, 이런 곳에서는 위압감을 뿜어내며 사람 위에 서는 인간이라는, 압도적인 아우라를 자아낸다.

나는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인사하는 김에 내게도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대응하고 있었다.

" 리광 군, 생일 축하해! "

어머니와 다른 것은, 학교의 반 친구들도 와 있다는 점인가.

나는 붙임성 있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걸면 보통으로 응하고, 불쾌한 일이 있어도, 권력구배를 생각해 관용하는 것을 자신에게 부과하고 있다.
머지않아 4구를 관리하는 이상 그곳에 사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은 필요한 기량이며, 학교는 그것을 실천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수줍어하며 선물을 건네오는 이들은, 같은 반 여학생 몇 명.
그녀들의 시선에는 호의가 배어있다.

" 고마워. 천천히 즐기다 가줘 "
내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 그녀들은 비명 같은 것을 지른다.

여자는 솔직하고, 알기 쉽고, 용감하다.
남학생의 절반은, 동경을 담은 시선으로 " 리광, 축하해 " 라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은 짜증이 나면서도 나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없이 눈을 돌리고 있다.

" 너희들도 즐기고 가 "

편하게 말을 건다. 적어도 그렇게 행동한다.
여기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태도일 것이다. 내가 겸손해도, 필요 이상으로 친숙해도, 이 무리에 완전히 익숙해질 수는 없다.

지루한 시간, 나는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 키바가 말했던 서프라이즈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만난 날, 생일 파티에서 나를 놀라게 하겠다고 말하셨겠다.
그 녀석이라면, 정말로 나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에 대응할 때의, 신기한 고양감마저 상상할 수 있다.

" 리광, 렌가 왔대 "

어느새 옆에 있던 누님이, 귓속말을 한다.
나는 반 친구들에게 " 미안, 손님을 맞이하고 올게 " 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파티 회장을 누비듯 입구로 향한다. 도중, 몇 명의 어른에게 붙잡혔지만, 적당히 상대하고 키바를 찾는다.

점점,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나를 울린다고 말했겠다?

키바, 자, 울려 봐!

그때, 그 녀석의 뒷모습이 보였다.
회장에 진열된 음식의 접시를, 어째서인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어이, 키바 "

말을 걸었다. 상대는 뒤돌아보았다.

붉은빛이 도는 머리에, 좌우 다른 색의 눈동자. 한쪽이 회장의 등불을 반사하여 반짝인다.
확실하게 키바의, 렌가의 얼굴.

하지만 알았다.
── 가짜라고.

" 너는 누구냐 "
입에서 굴러 나온 것은 당연한 의문.

상대는 조금 떨며, 그리고 키바와, 렌가와 ... 샤오야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로 말했다.

" ... 니, 니시조노 렌가인데 "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영혼 속에서 알았다. 이건 가짜. 진짜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누구야?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막고 있던 유리가 소리를 내며 깨진 것 같았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주위의 경치가 멀어진다. 대신 보였다.

불길에 휩싸인 누각과, 서로 베고 있는 남자들의 잔상이.
 
.

" ... 죽어어어! "

심야였다. 갑자기 지하에서 성 안으로 적이 나타나, 누각은 혼란에 빠졌다.
참호 속을 돌진하여, 구덩이를 파가며 도달한 적진은, 거미새끼처럼 일제히 성안으로 솟아올랐다.

불이 튀고, 여자와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도망간다. 군사를 지휘하는 나는, 화살을 쏴라, 칼을 잡으라고 노호를 날리고, 선진을 끊고 적병을 베어낸다.

" 오라버님...! "

어둠 속에서 뛰쳐나온 적으로부터 나를 구하려고, 여동생이 달려들어온다.

" 시샤(詩夏)...! "
 
여동생은 적을 베고, 내 등을 지키듯 섰다.

" 오라버님, 형세가 불리합니다. 부디 도망가세요....! "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라, 너희들을 두고서는 갈 수 없다 "

" 하지만... "

여동생인 시샤가, 아픔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신음한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한줄기의 차가운 빛.
참격이 날아온다는 것을 알고, 나는 시샤를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 움직이는 쪽이, 근소하게 빨랐다.

내 앞에 나선 여동생은 단번에 베어져,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나의, 지금 세상의,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여동생.
영혼은 순환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 곁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 시샤! "

나는 숨이 끊어지려고 하는 여동생의 몸을 급히 끌어안는다.
따뜻하게 흐르는 피가 내 손과 옷을 적신다.

" 오라버님... 살아, 줘... "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는가 싶더니, 피를 토해내고 여동생은 눈을 감았다. 시샤, 라고 이름을 불러도 눈을 뜨지 않는다.

굉음을 내는 불길.
어디선가, 원뢰가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동포들이 많이, 죽어 뒹굴고 있었다.
뱃속에서, 역겨운 감각이 솟구친다.

── 아아, 또 인가. 또다시 인가.
또 반복하는 건가.

눈앞이, 시뻘건 분노로 물든다.

" ...여전히, 약한 것을 짊어졌다고 "

내 눈앞에는, 여동생을 베어버린 남자── 키바가, 불쾌하게 서 있었다.

거무튀튀한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 키바──....!!! "
포효하며 덤벼들었다.

비웃는 남자, 키바가, 나의 칼을 받아친다.

후방에서 화살이 발사되어, 내 어깨를, 다리를, 등을 관통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키바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놈을 죽일 수 있으면 된다.

 
그놈만 죽일 수 있다면.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 !!!!

키바의 팔을, 어깨를, 베었다.
피가 흩날리고, 일진일퇴의 칼을 받아치는 격렬한 싸움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손목에 화살을 맞고, 칼을 떨어뜨렸다.

베려고 오는 키바의 팔을 잡고 막아보지만, 체중이 실려 땅으로 넘어진다.
키바도 마찬가지로 쓰러진다.

밀어 넘어지고, 밀어 넘어뜨리고를 반복한 후, 키바가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키바는 내 가슴에 칼끝을 대고, 천천히 관통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놈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어떻게든 그것을 저지한다.

키바의, 좌우 색이 다른 눈동자가, 불꽃을 비추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말했었지, 네 동포 전부, 다 죽여버린다고 "
── 맞아. 그렇다. 나는 동포를 잃었다.

가족을, 친구를, 백성을 잃었다.

... 이제 더 이상, 여기서 살아남아도.
체념이 스치는 순간, 가슴에, 푹, 하고 칼끝이 가라앉았다.

" 하...., 아..... "

멈출 수가 없다.
너무나도 매끈하게, 칼날은 뼈의 틈, 장기를 가르고, 내 안으로 들어온다─.

키바의 얼굴이 가까워져, 내 눈에는, 키바의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바의 눈 속에는, 증오와 분노로 얼룩진, 내 얼굴이 비치고 있다.

" 있지 "
키바가 속삭인다.

" 이 장소, 기억하고 있어?
....전생에서, 네가 나를 죽였을 때... 찌른 곳이야 "

눈을 가늘게 뜨고, 키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안녕, 다시 다음 생에서.
 
.

── ... 고동이 시끄러웠다.

어느새 백일몽은 끝나고, 나는 파티 회장에 돌아와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 이명이 들린다. 구역질이 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갑자기─ 갑자기였다.

증오와 분노가, 그때 죽임을 당한 일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쓰러진 동포들, 눈앞에서 죽임을 당한 여동생. 안아 올렸을 때의 피의 뜨거움.

나를 죽인── 키바의 미소.

... 그런 건가.


돌연 이해가 됐다.

" ... 운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가 "

영문을 모르겠다.
오직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회한과, 분노와, 증오만이 넘친다.

── 한 가지 더, 알았다.

키바, 그놈은 아주 오래전에, 전생을 떠올리고 있었다고.

눈앞이 캄캄해져,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어머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시야를 닫기 일순 전, 키바와 꼭 닮은, 가짜 「니시조노 렌가」가,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많은 것들이 생각났다.

나는 파티 회장이 있는 호텔의 한 방에 눕혀져 있었다.
침대 옆에는 어머니가 곁에서,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번 생의, 나의 어머니.
이 세상에 나를 낳아버린, 내 운명에 휘말려버린 사람.

나에게는 이 사람을 지킬 책무가 있다.
아버지를, 누님을, 여동생을─
일가의 사람이나, 그 이외의 나와 관련된 많은 사람을, 지켜야만 한다.

" 어머니... "

말을 걸자, 어머니는 " 리군! 눈을 떴구나, 다행이다.... " 라고 몸을 내밀었다.
뒷사회의 보스로서, 평소에는 감정적으로 흐트러지지 않는 그녀라도, 아들이 쓰러졌다고 하면 불안했을 것이다.

" ...어머니, 생일에 선물은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거, 취소해도 될까? "

어머니는 긴 속눈썹의 눈을 잠시 깜빡이다가, " 물론이지. 어떤 걸 원하니? " 라고 물어 주었다.

" 가고 싶은 곳이 있어 "
 
" .... "

어머니는 신기해하셨다.
쓰러졌다가, 느닷없이 뜻밖의 말을 하는 아이에게,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승낙해 주었다.

호텔 창문에서는, 밤하늘이 보였다.
별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맑다는 것은 알았다.
비는 내리고 있지 않다. 천둥도 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키바는 없어.

나는 나의 전생에서의 죽음을──
무참하게도 나 때문에 잃었던 목숨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할 말을 이어나갔다.

" 어머니... 낳아줘서, 고마워요 "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 응 "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리광 "

의오역 주의
개인적으로 보려고 정리해 둔 거라 틀린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Track3 잔물결


오랜만에 샤오야가 내 방을 찾은 그날,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뇌운이, 우르르하고 불온한 소리를 내며 시끄러워서, 나는 보고 있던 텔레비전의 음량을 높였다.

" 이토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지, 이 날만은 너와 관전하고 싶었어. 왕좌 통일의 순간, 놓칠 수 없으니까 "

샤오야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은 7개월 만이었다.

어느새 줄어들었던 방문 빈도를 눈치채고 나서 2년 정도 사이에, 더욱 샤오야와 나의 교류는 멀어져 있었다.
내가 부르는 것도 뭔가 짜증 나서, 원할 때 오면 좋겠다고 내버려 두었다.

오늘은, 예전부터 둘이 응원했던 복싱선수의 경기가 있다고, 샤오야로부터 같이 보자고 해서, 지금에 이른다.
이런 시간은, 요즘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경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응원하던 선수는 K.0. 승리했고, 그 순간만큼은 예전처럼 눈을 마주 보며 웃었다.

하지만, 시합 후의 흥분이 식으면, 나는 샤오야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게 되었다.

예전처럼, 「샤오야」 라고 애칭으로 불러도 되는 관계일까?
가벼운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태인가.

── 「사이좋은 친구」 라는 건, 지금, 어떻게 하고 있어?

만나고 있는건가.

머리 한구석에 그런 의문이 떠올랐지만, 당연히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 하─, 이겼다 이겼다. 건배하자 "

" 아아 "

아이답게 탄산음료로 축배를 든 뒤, 한참을 말없이 있는데, 방을 둘러본 샤오야가 " 또 토끼 늘지 않았어? " 라고 말한다.

내 방에는, 어느새 토끼 케이지가 놓이게 되었다.
케이지 안에서는, 토끼가 얌전히 상자에 앉아 자고 있다. 우리 집에는 지금, 여덟 마리의 토끼가 있다.


" 그 토끼는 보호 토끼다 "

다두 사육 붕괴 현장에서, 보호단체를 통해 받아, 키워줄 사람을 찾고 있다.
샤오야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1년 정도, 나는 토끼의 보호활동을 하고 있었다.

" 몇 마리 정도 맡고 있는 거야? "

 
" 네 마리 "

 
헤에, 하고 샤오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 장래에는 사업화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이런 활동은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익이 없으면 계속되지 않아.
머지않아 영리법인으로서 토끼의 보호를 가능하게 하고 싶어. "

" ... 흐응, 그렇구나 "

듣고 있던 샤오야의 대답에, 왠지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가만히 녀석을 보고 물었다.

" 무슨 할 말이 있나? "

 
" 에? 왜? "

" 말에 함축을 느낀다 "

" 별로? 너는 여전히, 나약한 것을 짊어지는 성품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

" ... 무슨 뜻이지? "

돌아온 말에도, 속내가 있음을 느꼈다. 뱃속에 약간의 불쾌감이 더해진다.

" 그것보다 말이야, 그 이상한 꿈은, 리광은 아직도 꾸고 있어? "

샤오야가 굳이 화제를 바꾼 것을 알았다. 웃는 얼굴로 돌아보아도, 솔직하게 말할 기분이 되지 않는다.

" 보고 있으면 어떻다고? "

" ...아니? 잠깐 물어봤을 뿐이잖아 "

── 위에서 보고 있다, 라고 직감했다.

대화의 주도권이 서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일은, 지금까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샤오야가 나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고, 그 비밀로 더욱 나를 제어하려고 하고 있다, 라고 느꼈다.

그 방식에 짜증이 났다. 입을 다물자 샤오야도 입을 다물었다.

몇 초, 긴박한 공기가, 우리를 감싼다.

── 여기서 결렬되고 싶은 건 아니야.

나는 샤오야에서 눈을 떼고, " 슬슬 돌아갈까? " 라고 말을 걸었다.

이 순간, 나는 외부의 인간에 대해 항상 배려해 주는, 「관용을 베푸는 루 리광」 으로서 샤오야에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 일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응, 그럼 돌아갈게. "
샤오야는 가볍게 말하고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샤오야, 라고 말을 걸진 않았다.
샤오야, 오랜만에 보잖아, 조금만 더 얘기하고 가. 그런 식으로는....

── 만나지 않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거리낌 없이 대화했고, 서로 숨기지도 않았다. 뭐든지 의논할 수 있었다. 뭐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의 너라면...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의 너라면, 토끼 보호 활동으로 실리를 낸다면, 어떤 전략이 있는지, 몇 가지 나열했을 것이다.
나는 너의 시각의 결여를 지적하고, 너는 나의 결정의 무름을 지적한다.
우리가 합의하는 안이 완성될 무렵에는, 분명 밤도 깊어졌을 거다.

왜 그것이, 지금은 안 되는 건가.

...나는 너를, 이제 샤오야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다.
 
.

현관 앞까지 샤오야를 배웅하자, 문 너머에서는 뇌우가 거세지고 있었다.

차를 불러올게, 라고 말하는 어머니에게, " 괜찮습니다. 저 모퉁이까지 마중 나와 있으니까요 "
라고 말하면서, 샤오야는 구두를 신었다.

" 또 보자. ...렌가 "
나는 오랜만에── 어렸을 때에, 샤오야라고 부르기로 결정했을 때 이래로, 렌가라고 하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있던 샤오야가, 조금 놀란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짓는다.

" ... 리광. 지금부터는 나를, 키바라고 불러줄래? "
 
" ... 키바? "

" 그래. 키바. 잊지 마 "

알았다, 라고만 대답했지만, 왠지 조금 안도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샤오야, 라고 부를 수 없어도, 키바, 라고 부를 수 있다.
아마 그것도, 특별한 호칭임에는 변함이 없다.

" 아, 맞다 렌가군. 리 군의 생일 파티에는, 꼭 오렴.
초대장은 보냈지만, 아줌마 기대하고 있으니까 "

내 옆에서 렌가를 배웅하고 있던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고, 렌가는 " 물론입니다 " 라며 웃었다.

── 물론인 건가.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외였다.

" 그럼 안녕, 리광. 다음에는 파티에서 "

말하면서, 샤오야... 「키바」는 문을 연다.

어두운 밤 저편에서, 비를 머금은 폭풍의 바람이 불어왔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키바의 표정이 일순간 보이지 않게 된다.

" 리광 "

그때, 키바는 나를 돌아보았다.
폭풍우 치는 밤을 배경으로, 키바는 장난을 치기 전처럼 웃고 있었다.

" 생일, 서프라이즈 해줄 테니까. 너, 분명 감동해서 울 거야 "

뭐가 서프라이즈인지.
 
그래도 그때, 오랜만에 옛날 관계로 돌아간 것 같아서─

나는, 같은 미소를 돌려주었다.

" 태어날 때도 울지 않았어 "
 
내 말에 단 한번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문을 닫으며 키바는 밤의 저편으로 떠나갔다.

의오역 주의
개인적으로 보려고 정리해 둔 거라 틀린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Track2 상흔

 
어느새, 토끼는 세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처음 한 마리를 기르기 시작한 지, 일 년 남짓 되는 시간에 말이다.

여름방학인 그날,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님과 여동생이 토끼들의 「방목( へやんぽ )」 을 시작했다. 방 안에 토끼를 놓아 마음대로 하게 한다는 것이다.

* 헤얀뽀(へやんぽ) : 방(헤야) + 산책(산뽀) 의 합성어로, 방 안을 산책하며 돌아다니도록 풀어두는 것.


바닥에 쌓아둔 책을 토끼가 갉아먹기 시작해서, 나는 혀를 차는 것을 참으며 책을 치우고, 누님에게 불평을 했다.

" 방에 풀어놓을 거면 바닥상태를 체크해 줘. 코드를 연결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이 시간에 케이지 청소도 하는 게 어때 "

" 또 자잘한 걸 말하네.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잖아 "

" 안 됐으니까 저번에, 내가 청소하게 되었었잖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키우지 말아야 해. "

" 하지만 오빠도, 토끼 귀엽다고 생각해! 밤에 채소 줬는걸! "

토끼를 따라 돌아다니던 린싱이 말해, 나는 입을 다물었다.

" 에, 뭐야? 소송채 줬어? 새벽에?
사람들이 안 보는 데서? 에─, 뭐야 뭐야, 부끄러웠다던가? "

" 시끄러워, 싱빙 "

" 아?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했어? "

놀려오는 누님에게 화가 나,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는데, 지옥 귀에는 들렸던 것 같다.
난감하군.

피해서 도망가려고 일어서려 했을 때, " 리군 " 이라고 부드럽게 불렸다.

거실에 들어온 것은 어머니다. 현재 루론 일가의 우두머리인 어머니를 앞에 두고, 아무래도 누님도 치켜세우던 주먹을 내려놓았다.

" 잠깐 괜찮니? 레이카쨩에게 심부름을 가 줄 수 있을까? "

레이카, 라고 하는 것은 샤오야의 할머니의 이름이다. 그는 전 3 구장으로, 현재 4구의 관광구장을 맡고 있는 어머니는 상담 상대로 꽤 의지하고 있고, 우리 집과의 친분도 두텁다.

" 매년 이 즈음, 선물을 주고받잖니?
올해는 배송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서 우리가 보낸 게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직접 갖고 가고 싶지만,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

어머니는 조금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러니까 리 군에게 부탁하고 싶어서, 라고 말해서
" 알겠습니다 " 라고 말하며 일어선다.

" 가는 김에 렌가군과 놀고 와도 좋단다. 설날 이후로, 그 애 우리 집에 오지 않았잖니 "

어머니가 말씀하셔서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연초 이래, 샤오야를 만나지 않았다.

── 묘하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매달, 많을 때는 2주에 한 번씩 얼굴을 내밀던 샤오야가, 어느새 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잦았던 메시지도, 요즘은 생각난 듯 띄엄띄엄 올뿐.

잘 생각해 보면, 연락을 보내는 것은 언제나 샤오야 쪽이었다.
그 녀석으로부터의 액션이 줄었기 때문에, 우리의 교류도 끊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가끔은 내가 가서, 근황이라도 물어볼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로운 꿈의 소재라도, 샤오야한테 물어볼까, 하는 정도로.
 
.

결론부터 말하면, 방문한 니시조노 가문에, 샤오야는 부재했다.

" 오늘 그 아이는 외출했어, 미안해요 " 라고 하면서 레이카 님이 장미원으로 안내해 주시고, 차를 대접해 주셨다.

여름의 계절에도, 니시조노가의 장미는 훌륭하게 피어 있었다.
여름 개화에 품종 개량한 것이 있는 것 같아, 시기에 따라, 손님을 받는 정자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지나가던 곳은, 여름의 장미가 잘 보이는 곳이었다.
햇살은 강하고, 정원 너머 나무숲에서는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와 장미원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집에 가면 샤오야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나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어디에 나가 있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궁금했지만, 어쩐지 그걸 물어보기도 싫었다.
별로 나는 심부름을 왔을 뿐, 샤오야를 만나는 것은 온 김에 만나려 한 것이었으니까.

" ... 최근 렌가가, 사이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단다 "

그때 정자의 맞은편 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레이카 님이, 그런 말을 했다.

" 사이좋은 친구, 말입니까? "

" 자주 외출하곤 해서, 어디선가 만나는 걸까. 그 아이를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더구나 "

" 헤에.... "

나는 한 모금 차를 마시고 " 장미를 좀 봐도 될까요 " 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카 님이 손수 가꾸고 있는 장미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 사이가 좋은 친구, 인가.

그런 거, 우리가 만들 수 있나?

나랑... 너, 이외에?
 
" ...읏! "

그 순간, 손끝에 통증이 온다. 장미 가시가 박혀 있었다.

가운데 손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했고, 나의 의식은 어딘가 멀리 내던져졌다.
 
.

가슴에 칼날이 꽂혀 있었다.

입고 있는 포는 피로 물들고, 네발로 회랑을 나아갈 때마다,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기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귀에는 굉음이 울린다.

눈을 들어보니, 피 젖은 시야에는 타오르는 불길과 무너져가는 성, 쓰러져있는 시체가 보였다.

가슴에 박힌 칼날이, 회랑 바닥에 걸린다. 아픈 몸을 채찍질해서, 무릎을 세우고, 기둥을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불꽃 소리는, 자신의 얕은 호흡 소리에 지워진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무릎이 떨린다.

가슴에 박힌 검의 자루를 잡고, 나는 ── ..... 에 대한 증오를 떠올리며....
단숨에, 그 칼날을 빼냈다.
 
.

매미 소리가 났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과, 훌륭한 장미, 상처 입어 피를 흘리는 손끝이 보였다.

── 지금 그건, 백일몽?

낮에,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꾸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 꿈은, 아마도 이전에 꾼 꿈의 계속... 혹은, 그보다 조금 전의 일이라고 직감했다.
불타는 누각의 광경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 리광군?... 큰일이야! 손가락이 베었잖니, 기다려, 금방 치료해 줄 테니까...! "

레이카 님이 서있던 나의 상태를 깨닫고, 황급히 이쪽으로 온다.
 
괜찮으니까요, 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강하게 아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꿈속과 같이, 거기에 칼날이 박혀 있다, 그렇게 느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가슴을 누른 손바닥에 느껴지는 것은, 옷 너머로도 흠집 하나 없는 그저 피부.
피가 흐르는 것은, 가슴에서가 아니라, 왼손의 중지.

그럼에도 방금,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 칼날을 뽑아버린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백일몽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내 몸에 감각을 남기고 있었다.

의오역 주의
개인적으로 보려고 정리해 둔 거라 틀린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祝你朋友来生好运 (너의 친구의 다음 생에 행운이 있기를)



Track1 사멸

 

원뢰가 들린다.

* 원뢰 : 멀리서 울리는 우레, 천둥


머지않아 뇌운이 이 땅을 뒤덮고, 폭풍우가 누각을 흔들겠지.

나는 피웅덩이 속에 잠겨있다.


자신에게서 흘러넘친 핏물은 아직 따뜻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손끝에 스며든다.
시야는 흐려지고, 보이는 것은 단지, 누각과 나를 삼켜, 불태우려고 하는 불길뿐.

불티가 흩날리며, 둔탁한 시야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의식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 죽는다. 그리고 또, 전부 잊는다.

사랑한 것. 지키려고 했던 것. ...격렬하게 강하게, 몸을 태울 정도로 미워하고, 죽이고 싶었던 상대조차도.


모든 걸 잊어버리고, 나는, 죽는다.

... 원뢰가 들린다.

하지만 폭풍이 이 땅을 뒤덮을 무렵, 나는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


" ─ 라는, 뭐 이런 꿈이었다. 마지막 부분은 죽어가는 남자가 흐릿한 거 같아서 잘 모르겠지만... "

내가 말을 마치자, 소꿉친구는 " 또─ 죽임 당하는 꿈? " 라고 놀리듯 눈을 가늘게 떴다.


붉은빛이 도는 머리에, 좌우 다른 색의 눈동자.

니시조노 렌가── 나의 소꿉친구란, 가족끼리의 교제로, 철들기 전부터 교류가 있는 호붕구우, 이른바 악우라는 녀석이었다.

* 호붕구우( 狐朋狗友) : 여우와 개를 벗으로 삼음, 변변찮은 친구, 나쁜 짓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무리


" 지난번에는 죽이는 쪽의 꿈이었다 "

" 내가 엊그제 꾼 꿈도 죽이는 쪽이었어. 이걸로 어느 쪽이 위야? 리광이 죽임을 당하는 꿈이 12번이고, 나는 10번... 역시 내 쪽이 이기고 있네 "


" 실제로 서로 죽이는 건 우리가 아니겠지만. 남의 생사로 승패를 결정하는 건가 "

" 모르는 놈들의 죽을 고비라고 해도, 역시 죽임을 당하는 꿈보다는 죽이는 꿈이 낫잖아? "

" ... 사이코패스의 사고방식이군 "


" 마피아 아들이 잘도 말하네 "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 본다. 1초, 침묵 후에 렌가... 샤오야(小牙)쪽에서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긴장 풀고 웃는다.

그 후, 샤오야는 내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역시, 리광이랑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 숨기지 않아도 되고, 이상하게 나이 값을 할 필요도 없고 "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평범하게 말하면, 대부분은 9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라고 한다.

그것은 뭐, 상관없어. 대대로 HAMA의 4구를 책임지는 루 가문에 태어났으니, 어른스러운 것은 오히려 강점이 된다.

샤오야도 비슷한 명가의 태생이다. 3구를 짊어질 때는, 우리의 성격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 속에 던져지면, 아무래도 떠 버리게 된다. 샤오야는 자주 말한다.
" 학교에는 대화가 맞는 사람이 없어 "
그건 나도 마찬가지.

샤오야, 라고 애칭으로 부를 만한 상대는 , 눈앞의 소꿉친구밖에 없다.


" 나도 너도 잘 해낼 수밖에 없잖아, 나는 루가, 너는 니시조노가에서 태어났으니. 이 지역에서 떨어져 살 수는 없다. 지역 사람과의 교제는 중요하지. "


나는 샤오야가 누워있는 것과 같은 긴 의자의 가장자리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자 샤오야가 내 허벅지를 불만이 있는 듯이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 알─고있다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리광한테 놀러 왔잖아. 학교에서는 상냥한 니시조노 렌가군을 하고 있으니까, 기분전환 하지 않으면 못해먹겠어─ "


" 뭐 , 그렇지 "

나도... 입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샤오야의 존재에는 아마, 도움을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묘한 꿈을 꾼 것을 털어놓은 유일한 상대이기도 했고, 샤오야만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이었다.


"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이 히키코모리 남자들! "

노크도 없이 내 방의 문을 열고, 거리낌 없이 소리를 지른 것은 누님인 싱빙(杏氷)이었다. 
아직 어린 여동생, 린싱(林杏)의 손을 이끌고 마음대로 방으로 들어온다.


" 누님, 매너를 어딘가에 잊어버리고 온 건가? "

나는 누님의 버릇없는 행동에 짜증이 나서, 주의를 주었지만 소용없었다.

" 일일이 시끄럽네, 리광. 누나가 동생 방에 들어가는 게 뭐가 어때서. "


" 실례하고 있습니다 "

" 여전히 귀엽네, 렌가는 "

" 누님도 아름다우세요 "


샤오야 녀석은 누님이 들어오는 순간 벌떡 일어나, 귀공자 같은 미소로 예를 갖췄다. 학교에서 막 돌아온 듯, 아직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누님도, 샤오야에게 아부하는 말을 들어 아주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 오빠, 이짜나, 이리 와조, 렌가 오빠도, 가치! "

린싱이 혀 짧은 소리로 조른다. 누님이 히죽히죽 나를 봐온다. 나는 관념적으로 한숨을 쉬고, 샤오야에게 " 미안하군 " 이라며 눈짓을 했다. 샤오야는 가볍게 눈가를 풀고 웃어온다. 이건 마음대로, 라는 거겠지.


" 가면 되는 거지, 그래서 어디로? "

나는 다가온 린싱를 안아 올리고, " 렌가도 와~ " 라고 부르며 걷기 시작하는 누님을 따라갔다.

누님 앞에서는 착한 아이인척하는 샤오야는, 처음부터 싫다고 할 수 없다.

 

.

끌려간 곳은 우리 집 거실.
거기에 있던 것은, 천으로 덮인 정사각형의... 수수께끼의 상자. 상자?

" 짠─! 귀엽지? 오늘부터 가족이 되었어요! "

" ...천과 상자가? "


" 오빠, 이짜나, 틈으로 살짝 보는 거야. "

내 귓가에 비밀이야기를 하듯이 소곤소곤 린싱이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린아이는 목소리 크기 조절이 안돼서, 옆의 샤오야에까지 들린다.

" ... 혹시 토끼입니까? "


" 그래그래, 렌가는 알고 있네 "

한동안 천으로 덮인 무언가를 보고 있던 샤오야가 안에 든 것을 알아맞힌다.

린싱이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주니 여동생은 천의 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처럼 생긴 것은 아무래도 케이지 같았다.


" 기여~워, 기여워! "

" 린싱, 쉿! 너무 크게 말하면 안 돼. 하아, 귀엽네. "

방금 전, 린싱보다 큰 소리를 내던 누님이 여동생에게 주의를 주며 틈을 들여다보고는, 금방 눈동자를 사르르 녹이고 있었다.


" 자, 렌가도 들여다봐. "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헤에, 진짜 토끼다 "

... 귀엽다고는 안 하는구나. 샤오야 답지만.


누님 쪽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토끼를 졸랐던 누님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면 상관없지만, 재미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너무 무르시다. 조잡하고 변덕스러운 누나가 토끼를 돌볼 수 있다고는, 솔직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면... 거기서부터는 싫은 예감밖에 안 든다.

" 리광, 너도 봐보렴. 푹 빠져버리니까! "
" 오빠 바바~ "

듣지 않으면 린싱이 울 테니, 어쩔 수 없이 몸을 굽히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틈을 들여다보니, 푹신푹신한 털뭉치가 보였다.

긴 귀에 동그란 눈동자. 아직 조금 불안한 듯 가만히 있는다.

" 봤어 "


휙 허리를 들자 누님은 명백하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 너 정말 고집불통이구나. 보통 귀엽다고 몸부림치는 거잖아 "

 

" ..... "

못 들은 척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샤오야가 선뜻 말한다.

" 언젠가 죽을 테니까 좋아하고 싶지 않지? "

 

" ..... "


샤오야에게도 노코멘트. 하지만, 어린아이는 흘려듣지 않았다.

" 주근다니? ... 토끼, 주거? "

평소 빈틈없는 샤오야도, 뚜렷하게 「아차」 하는 얼굴이 된다.


린싱의 눈에 살짝 눈물이 떠올라, " 토끼, 주그면 시러─ " 라고 울음을 터뜨리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 앗, 린싱쨩, 지금 건 농담이고... "

" 린싱, 토끼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7, 8년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괜찮아... "


" 이봐! 너희들 그만 나가! 린싱 이리 와~ 토끼는 살아있어~ 바보남자들은 내버려 두고 언니랑 놀자 "


억지로 데려온 주제에, 누님은 우리를 거실에서 쫓아냈다.
그렇다고 해도 린싱의 울음소리는, 토끼의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복도로 나오자마자, 그때까지 바르게 등을 펴고 있던 샤오야가 쭉 기지개를 켜고
" 아하하, 린싱쨩의 울음소리 여기까지 울려 " 라고 웃었다.

" 하아... 너 때문이야, 죽는다고 하니까 "

" 그건 사실이잖아? "


나를 보는 샤오야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머금고 있다.

이 눈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토끼가 죽느냐 마느냐의 이야기가 아니다.
샤오야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토끼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까」 라고 하는 것.

 

" ...나도 마찬가지. 중요한 것을 늘리는 것은 질색이다 "

── 그러니까 알아, 리광의 마음.

샤오야의 말에, 왠지 맥이 빠지는 자신이 있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언제나처럼, 서로 웃었다.

+ Recent posts